
전 세계적으로 초가공식품을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초가공식품에 세금을 매기는 정책 초안을 준비 중이며,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취임과 동시에 초가공식품에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불필요한 식품첨가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클린라벨 인증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초가공식품이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목한 초가공식품의 건강위험
초가공식품은 첨가물, 색소, 향료, 감미료 등이 포함되고 여러 공정을 거쳐 고도로 가공된 식품을 의미합니다. 브라질 연구팀이 제안한 Nova 분류법을 통해 이 개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인스턴트 음식, 에너지드링크 등이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입니다.
전 세계 전문가 43명이 한국을 포함한 36개국의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건강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104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초가공식품이 식단의 질을 저하시켜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12가지 건강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권위 있는 의학분야 국제 학술지 랜싯에 발표되었습니다.
각 국가의 초가공식품 섭취 실태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미국은 평균 점유율이 60%에 달했고, 영국과 캐나다도 40~50%로 높았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998년에서 2018년 사이 초가공식품 비중이 12.9%에서 32.6%로 2배 이상 크게 증가했습니다. 연구팀은 공중 보건을 위협할 정도로 현재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전 세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초가공식품의 중독성입니다. 세계 36개국의 연구 논문 약 300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이 뇌의 보상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마약과 비슷할 정도로 중독적이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도 참여했으며,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NIH는 담배 규제 과학 프로그램을 모델로 삼아 초가공식품을 규제하는 공동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사무소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사망자 위험을 높이는 4대 건강 위험 요인으로 담배, 화석연료, 알코올과 함께 초가공식품을 꼽았습니다. 특히 초가공식품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 국가 | 초가공식품 점유율 | 특이사항 |
|---|---|---|
| 미국 | 60% | 가장 높은 섭취율 |
| 영국·캐나다 | 40~50% | 높은 섭취 수준 |
| 한국 | 12.9% → 32.6% | 1998~2018년 급증 |
글로벌 트렌드, 클린라벨과 무첨가 표시 강화
초가공식품 시장 개편을 선도하는 국가들은 소비자가 확인해야 하는 사항을 전면에 문구로 강조하는 방식으로 우선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인공 색소 없음(No artificial colors), 보존제 없음(No preservatives), 천연 성분 사용(Made with natural ingredients) 등의 문구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는 아예 열량 표시를 확대하고 가당 표기를 의무화한 새로운 영양 성분 라벨을 도입했습니다. 이후 홀푸드마켓은 자사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서 인공 감미료, 인공색소, 일부 합성 보존제를 전면 배제했고, 타이슨푸드는 일부 가공육 제품에서 아질산염을 천연 발효 셀러리 추출물로 대체했습니다. 유럽에서도 식품첨가물 재평가 프로그램으로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는 포장된 모든 식품에 영양 레벨을 색상 코드로 분류해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라벨링에 신경 쓰기 시작한 이유는 모든 초가공식품이 극악의 식품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도가 다 다릅니다. 미시간대 연구팀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품 5853개를 1회 먹을 때마다 수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핫도그는 36분, 절인 가공육은 24분, 탄산음료는 12분, 치즈버거는 9분, 베이컨은 6분의 수명을 단축했습니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박효진 교수는 첨가제를 넣는 산업적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대다수 열량, 당류,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이 올라가므로 학계에서는 전반적인 초가공식품을 몸에 안 좋다고 본다면서도, 건강하게 열량, 당류, 포화지방 등을 줄인 가공식품은 때론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데 그만큼 꼼꼼하고 자세하게 영양 성분을 따질 수 있는 소비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초가공식품을 단순히 악으로 규정하며 세금을 매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저소득층에게 초가공식품은 때로 유일하게 접근 가능한 저렴한 열량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자연식품에 대한 가격 접근성을 높이는 대책 없이 핫도그나 탄산음료에 담뱃세와 같은 징벌적 세금만 부과하는 것은 서민 경제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클린라벨 인증 제도와 식품첨가물 관리
우리나라도 무첨가와 천연 표시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아직 표준화된 인증 체계는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똑같이 무첨가라고 표기했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고 빠졌는지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올해에서야 한국식품연구원과 사단법인 한국로하스협회가 클린라벨 식품 및 가공소재 단체표준을 발의했습니다.
클린라벨은 영국에서 1990년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자연 유래 원료 사용을 늘리고 인공 첨가물 사용을 줄이며 정보 제공을 투명화하는 것을 지향하는 제조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번 클린라벨 인증이 실행되면, 모든 회사가 같은 기준으로 모든 심사와 검증을 완료한 후 해당 마크를 부착할 수 있게 됩니다.
클린라벨 인증 기준은 합성첨가물 미사용, 유전자변형생물(GMO) 원료 및 방사선 조사 성분 배제, 위생적인 제조공정 확보 등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인증 유효기간은 3년입니다. 한국식품연구원 최윤상 박사는 이렇게 민간 기관만 참여하는 게 아닌 국가 기관에서 관리하는 인증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드물다며, 현재 대기업 등 다양한 유통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 인증제가 식품 안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린라벨은 모든 기업에 의무화하지 않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참여가 가능한 단체표준입니다. 박효진 교수는 클린라벨이 붙은 식품인지 아닌지 따지는 습관은 평소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건강에 가장 좋은 음식은 집에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클린라벨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지점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합성 첨가물을 단순히 천연 추출물로 이름만 바꿔 사용하면서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라벨 갈아끼우기 식 대응을 할 때, 이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증 유효기간 3년 동안 제조 공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체계가 충분한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한편, 클린마크가 없는 제품을 고를 때는 원재료명을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초가공식품에는 증점제, 유화제, 설탕 대체물, 합성 식용 색소, 일반향료 등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갑니다. 그 종류와 개수가 적은 제품일수록 가공이 덜 됐을 확률이 높습니다.
| 식품 종류 | 1회 섭취 시 수명 단축 |
|---|---|
| 핫도그 | 36분 |
| 절인 가공육 | 24분 |
| 탄산음료 | 12분 |
| 치즈버거 | 9분 |
| 베이컨 | 6분 |
초가공식품 규제는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과 병행되어야 하며, 무첨가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과식을 유발하는 안도감을 주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합니다. 클린라벨 인증 제도가 기업의 또 다른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실질적인 건강권 보호 수단이 되려면 지속적인 감시와 과학적 검증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클린라벨 인증을 받은 제품은 무조건 건강에 좋은가요?
A. 클린라벨 인증은 합성첨가물 미사용과 GMO 원료 배제 등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것이 곧 건강에 무조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천연 첨가물도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며, 열량, 당류,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은 여전히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건강한 식단은 집에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것입니다.
Q. Nova 분류법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하나요?
A. Nova 분류법은 브라질 연구팀이 제안한 식품 분류 방법으로, 가공 정도에 따라 식품을 1군(가공되지 않은 식품)부터 4군(초가공식품)까지 나눕니다. 초가공식품은 첨가물, 색소, 향료, 감미료 등이 포함되고 여러 공정을 거친 식품을 의미합니다. 원재료명을 확인해 증점제, 유화제, 설탕 대체물 등이 많이 들어간 제품일수록 높은 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파티시에나 소규모 베이커리도 클린라벨 인증을 받을 수 있나요?
A. 클린라벨 인증은 자율적으로 참여 가능한 단체표준으로, 합성첨가물 미사용, GMO 원료 배제, 위생적인 제조공정 확보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증 절차와 비용 부담이 소규모 베이커리에게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천연 발효종을 사용하더라도 대량 생산 과정에서 첨가물이 사용된다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으므로, 제조 공정 전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Q. 초가공식품 세금은 언제부터 시행되나요?
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초가공식품에 세금을 매기는 정책 초안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거나 시행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역시 FDA와 NIH가 담배 규제 과학 프로그램을 모델로 초가공식품 규제 이니셔티브를 출범했지만, 구체적인 세금 부과 시기는 미정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클린라벨 인증 제도 도입에 집중하고 있으며, 세금 부과는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헬스: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5120203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