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 원료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보다 2~3배 비쌉니다. 저는 대학 마지막 학기, 월급의 큰 비중을 쪼개 일반 제품보다 3배나 비싼 '100% 유기농 천연 원료 비타민'을 구매했습니다. 제과를 공부하던 저는 천연 발효종의 가치를 누구보다 믿었기에, 비타민 역시 당연히 천연이 좋다고 맹신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성분표를 꼼꼼히 보니 비타민C 함량이 고작 200mg에 불과했고, 하루 권장량 1,000mg을 채우려면 그 비싼 알약을 하루에 5알씩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계산하고 허탈했습니다.
천연이지만 천연이 아닌 이유
'천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 실제는 다릅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따르면, 인공향·합성착색료·합성보존료가 없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만 '천연'이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일이나 채소에서 비타민을 추출했다 해도, 이걸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합성향료와 응고제 같은 화합물이 반드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업체들은 '천연 비타민제'가 아니라 '천연 원료 비타민제'나 '유기농 비타민제'로 홍보합니다. 더 황당한 건 식품에 천연 원료가 단 1%만 들어 있어도 '천연 원료'라는 말을 쓸 수 있다는 법적 허점입니다. 실제로 판매 초기에는 천연 원료 성분이 소량만 들어있어도 '천연 비타민'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줬습니다.
저 역시 이런 마케팅에 당했습니다. 제품 전면에는 '100% 유기농'이라는 문구가 크게 박혀 있었지만, 뒷면 성분표에는 합성 부형제와 첨가물이 줄줄이 나열돼 있었습니다. 제가 믿었던 '순수한 자연'은 사실 제조 과정에서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소비자가 은연중 기대하는 '100% 천연 비타민'이라는 제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천연과 합성, 효능은 같습니다
학계와 의료계는 천연 원료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의 효능이 함량이 같을 경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비타민을 식품에서 추출하느냐, 화합물의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드느냐의 차이일 뿐 같은 화학구조를 가진 동일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천연과 합성 비타민제는 효능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며 "천연비타민제도 제작과정에서 화학적으로 가공되기 때문에 흡수율이 더 좋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조·판매사들은 천연 원료 비타민제가 소화나 체내 흡수가 더 잘 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 근거는 빈약합니다. 저도 처음엔 '자연에서 온 것'이 당연히 몸에 더 잘 맞을 거라 믿었습니다. 제과에서 천연 버터와 마가린이 풍미와 질감에서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는 걸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하지만 비타민 같은 고도로 정제된 단일 분자 구조에서는 '출신 성분'보다 '절대적인 함량'이 신진대사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물론 천연 식품에는 비타민 외에도 항산화 성분이나 미량 영양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식품 자체'를 먹었을 때의 얘기지, 이미 화학적으로 가공된 알약 형태의 천연 원료 비타민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천연'이라는 글자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을 사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던 셈입니다.
함량이 낮다는 치명적 단점
천연 원료 비타민의 가장 큰 문제는 함량 미달입니다. 비타민C를 예로 들면, 항산화효과를 보려면 하루 1,000mg 이상 섭취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 견해입니다. 보통 합성 비타민제 한 알에는 1,000mg의 비타민C가 들어 있습니다. 반면 천연비타민제는 함량이 떨어져 1일 권장 섭취량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비타민연구회장인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천연비타민제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대개 1g당 200~300mg 정도로, 합성 비타민제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양을 섭취하려면 천연비타민제를 그만큼 더 먹어야 하는데, 그럼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저처럼 하루 5알씩 먹어야 한다면, 한 달 비용이 합성 비타민제의 10배를 훌쩍 넘습니다.
천연 원료로만 최적의 함량으로 알약 1정을 만들기가 어려워, 합성 비타민이나 첨가물을 섞어 넣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샀던 제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0% 천연'이라는 문구를 믿고 샀는데, 뒷면을 보니 합성 비타민C가 들어있더군요. 천연 원료만으론 함량을 맞출 수 없으니 결국 합성을 섞은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진짜 천연 비타민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결국 자연스러운 방법이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이 매일 권장량의 비타민을 식품으로만 채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타민C 1,000mg을 섭취하려면 감귤을 34개나 먹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비타민보충제가 필요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평소 자신의 식습관과 영양상태, 질병 등을 고려해 알맞은 비타민제를 선택하고, 제품을 고를 때 반드시 함량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진료 후 자신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처방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경제적 부담이 없다면 천연 원료 비타민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제품 홍보 과정에서 효능이 너무 과장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식약처는 비타민보충제를 합성과 천연 구분 없이 똑같이 취급합니다. 소비자 스스로가 과대·과장광고에 휘둘리지 않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제 저는 화려한 포장지의 'Natural'이라는 문구보다 뒷면의 '영양 성분 기준치'와 '원재료명'을 먼저 봅니다. 비싼 '천연 원료' 영양제 한 알보다, 제철 과일 한 조각과 저렴하지만 함량이 확실한 비타민 한 알을 조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한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천연이 무조건 좋다는 맹신을 버리고, 성분표를 꼼꼼히 읽는 깐깐한 습관이 생긴 건 그나마 비싼 수업료의 소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