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커리 실습 중 우유가 빵에 주는 마법 같은 효과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불편해하는 손님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우유를 넣으면 빵의 결이 부드러워지고 갈색 빛깔이 예쁘게 나오지만, 제 주변에는 우유만 마시면 배가 아프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최근 캐나다 식이 가이드가 우유를 탄산음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류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동안 '완전식품'이라 믿었던 우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하버드와 캐나다가 우유 대신 물을 권하는 이유
2019년 캐나다 식이 가이드는 우유를 독립적인 식품군에서 제외하고, 섭취를 제한해야 할 음료로 재분류했습니다. 하버드 의대도 2011년부터 '한 끼 건강식' 가이드에서 우유 대신 물을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정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유 먹어야 키 큰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고, 학교 급식에서도 매일 우유가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베지닥터의 이의철 센터장이 지적한 것처럼, 우유 섭취와 건강 사이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특히 아시아인의 약 75% 이상이 유당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사람에게 우유를 권장하는 기존 영양 교육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베이커리 현장에서 관찰한 바로는, 우유가 들어간 디저트를 먹고 소화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유당불내증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배가 약하다"고만 생각했던 분들이, 알고 보니 우유 때문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칼슘 역설,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골절이 증가한다
가장 충격적인 연구 결과는 2014년 스웨덴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입니다. 6만여 명의 여성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우유를 1잔 마실 때마다 고관절 골절 위험이 9%씩 증가했고, 하루 3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은 1잔 미만 마시는 사람들보다 골절 위험이 60%나 높았습니다. 우유를 마셔야 뼈가 튼튼해진다는 상식과 정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칼슘 역설'이라 부릅니다. 전 세계 고관절 골절 발생률 지도를 보면, 칼슘 섭취량이 적은 지역의 골절률이 오히려 낮고, 우유를 많이 마시는 지역의 골절률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칼슘 섭취를 전 세계 모든 지역에 획일적으로 권하지 않고, 고관절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 특정 지역에서만 권장합니다.
솔직히 이 데이터를 처음 봤을 때 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유를 열심히 마셨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니, 이 현상은 단순히 우유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북유럽처럼 일조량이 부족한 지역은 비타민 D 결핍이 흔하고, 이것이 칼슘 흡수와 뼈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식습관 전체를 봐야지, 우유만 떼어놓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를 섭취할수록 골절이 감소한다"는 대규모 전향적 연구 결과가 하나도 없다는 점은 명백한 팩트입니다. 우유가 뼈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대체유의 등장, 그러나 안전성은 충분한가
제가 최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대체유입니다. 두유, 귀리유, 아몬드유 등 식물성 대체유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도 베이커리 레시피에 귀리유를 활용해보니, 우유만큼은 아니지만 빵의 풍미와 부드러움을 어느 정도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유당불내증 손님들이 편하게 드실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유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우유에는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 B12, 리보플라빈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데, 대부분의 식물성 대체유는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인위적으로 첨가된 형태입니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대체유 제품들을 보면 설탕, 유화제, 안정제 같은 첨가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제 경험상 원재료만 보고 고른 귀리유가 생각보다 단맛이 강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성분표를 확인해보니 설탕이 세 번째로 많이 들어간 재료였습니다. 우유를 피하려고 선택한 대체유가 오히려 당 섭취량을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체유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무가당 제품을 고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체유의 장기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처럼, 대체유 역시 공평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우유를 둘러싼 이분법을 넘어서
우유를 탄산음료와 같은 선상에 놓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유에는 분명 탄산음료가 가질 수 없는 영양소가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우유가 필수'라는 획일적인 메시지였습니다. 개인의 체질, 유전적 배경, 생활환경에 따라 우유가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베이커리 작업을 하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재료의 기능"과 "사람의 체질"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유는 훌륭한 식재료입니다. 빵을 부드럽게 만들고, 마이야르 반응을 촉진해 먹음직스러운 색을 내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음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인처럼 유당불내증이 흔한 인구 집단에서는 우유를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칼슘 공급원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녹색 채소, 해조류, 콩, 견과류 등에도 칼슘이 풍부하고, 이들은 우유와 달리 섬유질과 항산화 물질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칼슘 섭취를 권장할 때 우유 외의 다양한 식품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우유를 선택하는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중요한 건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고, 나에게 맞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반죽기 앞에서 우유를 넣을 때마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참고: https://www.barefoothealth.kr/news/articleView.html?idxno=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