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베이커리에서 일하기 전까지 빵 껍질의 진한 갈색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식품 과학을 공부하면서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을 알게 됐고, 그게 바로 제가 매일 오븐에서 만들어내던 그 구수한 풍미의 이면에 있던 화합물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감자튀김, 커피, 견과류, 그리고 제가 굽는 빵까지, 고온에서 조리되는 거의 모든 식품에 이 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실무자로서 매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고온 조리가 만드는 아크릴아마이드, 그 생성 원리
아크릴아마이드는 식품 자체에 원래 존재하는 물질이 아닙니다. 식품 속 아미노산과 당이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만나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게 바로 마이야르 반응입니다. 이 반응이 우리가 좋아하는 갈색 빛깔과 고소한 맛을 만들지만, 동시에 아크릴아마이드도 함께 생성됩니다.
특히 아미노산 중에서도 아스파라진이라는 성분이 문제입니다. 감자, 고구마, 곡류처럼 전분이 많은 식재료에 이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거든요. 저는 감자 포카치아를 구울 때 윗면의 감자를 바삭하게 익히려고 180도 이상에서 오래 구웠다가, 나중에 그게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본격화시키는 온도라는 걸 알고 뒤늦게 후회한 적이 있습니다. 맛은 정말 좋았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실무자로서는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더군요.
2002년 처음 식품에서 발견된 이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이 물질을 2A군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고농도 노출 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인체에도 유사한 위험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분류가 물질 자체의 유해성을 평가한 것이지 우리가 실제로 먹는 양을 고려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커피 원두를 로스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스팅 초기에는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급격히 치솟다가, 로스팅이 계속되면서 생성과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 최종적으로는 초기 최고점보다 훨씬 적은 양이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로부스타 품종이 아라비카보다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2배 정도 높다는 겁니다. 제가 견과류를 로스팅할 때도 향을 극대화하고 싶은 욕심과 유해 물질 생성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매일 보이지 않는 줄타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발암 물질이라는데, 정말 위험할까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은 DNA 손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물질이 세포핵 내 DNA에 결합해 물리적 구조를 손상시키고, 이것이 유전자 변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세포와 조직에서 염증 반응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2010년 국제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 합동 전문가위원회는 아크릴아마이드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위험성을 논할 때 물질의 유해성과 실제 섭취에 따른 위험도를 혼동하는 시각에는 비판적입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 먹는 쿠키 한 조각이 즉각적인 암 유발로 이어진다는 확증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질병 발생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연구에서는 관련성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관련이 없다는 결과도 많습니다.
실제로 커피에는 카페인, 폴리페놀류, 항산화물질 같은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다양하게 들어있습니다. 아크릴아마이드의 존재 때문에 커피를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과학적 합의입니다. 다만 적정량을 지키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베이커리 현장에서 나름의 대안을 찾았습니다. 감자를 미리 물에 담가 아크릴아마이드의 전구체인 당분과 아스파라긴을 일부 제거하거나, 오븐 온도를 160~170도로 살짝 낮추는 대신 시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맛과 안전의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었고, 결국 중요한 건 무조건적인 기피가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의 과학적 통제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공포 마케팅에 휘둘리기보다는 조리 시간을 단축하거나 저온 조리 같은 실무적 대안을 찾는 게 훨씬 생산적입니다.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집에서 요리할 때는 너무 태우지 않도록 주의하며,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입니다.
현재로서는 균형 잡힌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한다면 아크릴아마이드 정도의 식품 위해 물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근 가정에서 필수 가전이 된 에어프라이어의 경우, 고온 열풍 방식이 일반 오븐과 비교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량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용 레시피 가이드라인이 보완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훨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inside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