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 빵이면 칼로리 낮은 거 아니에요?" 제빵 수업에서 만난 한 수강생이 제게 이렇게 물었을 때, 저는 제가 직접 계산했던 비건 파운드케이크의 영양 성분표를 떠올렸습니다. 버터 대신 코코넛 오일을 듬뿍 넣고, 식감을 살리려고 아몬드 가루와 설탕을 더 넣었더니 일반 케이크보다 칼로리가 오히려 높게 나왔던 경험이 있거든요. 비건 식품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실제 성분 사이의 간극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최근 국내 비건 인구가 150만에서 200만 명까지 늘어나면서 비건 식품의 종류도 놀라울 만큼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 고기 없는 햄과 육포까지, 다채로워진 즉석식품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받은 비건 식품 업체만 330곳이 넘습니다. 이제 비건 식품이라고 하면 콩고기만 떠올리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미꾸라지 없는 추어탕, 돼지고기 없는 햄, 심지어 치즈스틱을 대신할 곤약스틱까지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퓨처엑스에서 만든 비건 캔 햄은 콩과 식이섬유로 만들어져 생으로도 먹을 수 있게 멸균 처리되어 있고, 오뚜기의 사내 스타트업에서 콩을 주재료로 만든 참치캔 대체품은 헬스장 다니는 분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저도 비건 볼로네제 소스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새송이버섯과 렌틸콩으로 식감을 살리니 고기 소스보다 뒷맛이 훨씬 깔끔했습니다.
2030세대가 환경 문제와 동물 보호를 이유로 비건을 선택하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건 분명한 변화입니다. 2020년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34억 원으로, 2025년에는 304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우유와 달걀 없이 만드는 베이킹의 진화
제빵을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비건 베이킹이었습니다. 버터의 풍미, 달걀의 유화 작용을 대체하는 게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거든요. 그런데 요즘 나오는 비건 빵들을 보면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걸 느낍니다.
야미요밀에서 만든 순식물성 쌀빵은 우유, 달걀, 버터는 물론이고 백밀가루와 백설탕, GMO 식품, 보존료까지 일체 넣지 않았습니다. 피키디거스에서는 설탕과 밀가루 대신 두부로 프로틴 크림 두부빵을 만들었는데, 식감이 살짝 미끈거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두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가 비건 베이킹을 시도하면서 느낀 건, 동물성 재료를 단순히 빼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레시피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칼로리나 당분이 높아지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비건 식품이 무조건 건강식이라는 착각은 성분표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위험합니다.
## 요거트와 우유, 유제품의 식물성 전환
두유로 만든 요거트를 처음 먹었을 때 식감은 그릭 요거트와 거의 똑같았는데 콩 냄새가 살짝 났습니다. 스윗드오의 소이 그릭 요거트였는데, 꿀이나 과일을 곁들이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겠더군요.
콩과 아몬드로 만든 식물성 우유는 이미 대중화됐고, 이제는 요거트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건 이런 유제품 대체 식품들이 장내 유산균 생성에도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입니다. 발효 과정이 동물성 유제품과 다를 텐데, 프로바이오틱스 측면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프로틴바 시장도 주목할 만합니다. 잇프롯에서 나온 비건 프로틴바는 워터렌틸, 즉 개구리밥으로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분개구리밥이라고 불리는 울피아 아리자로 만드는데, 17시간에 2배씩 자라는 수생식물입니다. 이스라엘 등에서는 이미 대체 단백질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 모방을 넘어 독자적 맛으로 승부해야
라구소스를 만들 때 고기 대신 새송이버섯을 썰어 넣으면 식감이 꽤 비슷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비건 식품이 계속 고기나 유제품을 흉내 내는 방향으로만 가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텍스처를 맞추기 위해 과도한 정제 탄수화물이나 첨가물을 넣는다면, 비건 식품의 본래 가치인 건강과 클린 푸드라는 철학이 흔들립니다. 콩 냄새를 감추려고 향료를 듬뿍 넣거나, 미끈한 식감을 가리려고 당분을 추가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 비건 식품은 대체제를 넘어 그 자체로 완벽한 맛을 가진 독자적 메뉴로 발전해야 합니다. 콩고기 불고기가 아니라, 버섯과 렌틸콩으로 만든 새로운 한 끼 요리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워터렌틸 같은 신규 단백질 소재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환경 영향도 계속 검증돼야 합니다.
비건 산업이 확대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분명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제품을 고를 때는 '비건'이라는 라벨보다 성분표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저처럼 파운드케이크 만들다가 칼로리 폭탄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는 소비는 옳지만, 건강까지 함께 챙기는 똑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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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308160018